분열의 즐거움

2012 01.27 ~ 2012 02.10
분열의 즐거움

강지현_공통된 지점 Common point of two space_사진_2011

참여작가

​강지현_김윤주_김지혜_안단비_안지현이보라_이순자_조민지_황재옥​

기획 / 유진상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 처음 데뷔하는 작가들로서, 주로 작품의 내용과 성향에 있어 ‘자아’ 혹은 ‘정체성’을 다루는 대신 그것의 ‘분열’ 혹은 ‘변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특징은 이제 막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는 20대 작가들에게서 두드러진 것일 수 있을 것이다. 

 ‘분열’은 ‘정신분열’을 의미한다. 들뢰즈는 「안티-외디푸스」에서 ‘정신분열’과 ‘편집증’을 비교 분석하면서 전자를 옹호하고 있다. 분열은 그에게 있어 삶의 적극적 표현이자 세계와 교감하는 방식이라고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분열은 정신병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강요되는 ‘정체성’의 신화는 심할 경우 ‘편집증’이나 ‘강박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배타성과 집단성, 획일성, 전체주의적 신화로 이어진다. 예술가들에게 부여되는 가장 커다란 임무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정체성의 신화와 싸우는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그러한 유희의 단초가 보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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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_Untitled_설치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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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_마르스 광장 #1(Champ de Mars, Paris, France)_사진, 구글 스트리트뷰 캡쳐이미지_20×30cm_2011

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이다. 오래전에 엄지 관절염에 걸렸는데 이 병이 도통 낫지를 않아 한 동안은 사진을 찍으러 다니질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구글에서 스트리트 뷰를 알게 되어 취미삼아 돌아다니며 이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예전에는 도심에서 동물로서 생존해야하는 개나 고양이를 찍으러 다녔는데 병이 나고 부터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세계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찍고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관광객들을 찍고 있다. 아니, 그보단 무언가를 보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더 가깝겠다. 그리고 나는 관광객을 관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왔지만 본다는 것은 참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에펠탑을 보고, 찍고, 나는 그들을 보고 그리고 찍는다. 그들의 얼굴이 지워져 딱히 눈치 보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게 이곳에서 사진 찍기의 편한 점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지워진 얼굴에서도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오랜 후에 누군가 자신들을 사진 찍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리고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셔터 속으로 날아 들어갈지 모른다. 소리도 나지 않는.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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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비_하늘자전거프로젝트_영상_00:04:24_2011

「하늘자전거달리기프로젝트」는 어디로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발전과 나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여성들의 관찰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적인 공간에서 시도되는 미를 위한 노력들의 나열을 살펴보게 되었고 그 중에 ‘하늘 자전거’라는 동작에 집중하게 되었다. 누운 상태에서 하체를 들어 올려 허공에 다리를 젖는 방법으로 자신의 공간에서 손쉽고 흔하게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제로 이런 개인적인 행동을 공적인 자리에 옮겨봄으로써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신체 움직임의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몰입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하여금 제 3자가 느끼는 선입견과 시선을 통해 애매모호한 지점들에 대해 집중했다. ■ 안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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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_1940’s 시리즈_디지털 프린트, 일러스트에 채색_2011

「I remember your text」  

이 작품은 저의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토대로 구성한 비디오 작업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1년간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평소 무얼하시는지 그동안 어떻게 사셨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물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었구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의 서랍속에서 찾은 서예 작업물들과 사진, 그것들에서 보여지는 할아버지의 젊은시절의 삶과 정치적 성향, 좋아하는 일 같은것들이 자연스레 보여졌어요. 그리고 돌아가신지 1년후가 된 지금까지도 집에 도착하고 있는 그의 이름앞으로 오는 우편물들을 하나둘 모으게 되었고 그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니 그동안의 할아버지의 삶이 제 식대로 이해되고 구성되고 있더라구요.   물론 어떤 의도에서 그런 작업들을 하셨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그건 중요치 않고 단지 저의 시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 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1940’s 시리즈」 불과 2~3년 전, 외국 아이들 사진 또는 빈티지한 이미지들이 일러스트화 되어 문구류에 도배되고 싸이월드 배경화면으로 유행처럼 쓰이던 적이 있었습니다. 노트며 티셔츠 가방 등에 말이죠. 

당시엔 잘 몰랐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왜 한국 사람들의 오래된 사진은 저렇게 쓰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어 80년대부터 오래된 사진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60,70년대는 물론 50년대 이후로는 굉장히 많은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유독 40년대의 사진은 찾기 힘들뿐더러 그 양이 극도로 적더라구요. 그러다가 라이프지에서 당시 파견 기자들이 한국에서의 상황을 기록한 사진들을 소량 방출하였고 저는 그 때의 사진 50여장을 모을 수 있게 되었어요. 40년대의 사진은 다른 시기와 조금 다르면서도 특이합니다. 물론 사진은 외국기자들이 찍었으나 사진 속에는 어른과 아이, 외국인과 아이, 서구화를 표방하려는 행동들이 지금으로 보면 귀엽게 담겨 있더라구요. 저는 그 사진 속 인물들을 제가 찍은 공간에 의도적으로 끌어와 과도한 컬러를 사용해 유행처럼 사용되었던 그때의 일러스트처럼 만들게 되었습니다. ■ 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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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_untited_드로잉_2011

책을 읽다가 책을 읽고 싶지 않고 보고 싶다는 마음을 드로잉 했다. 실제로 읽을 수도 있는 이 드로잉을 하면서는 페이지의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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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_도슨트를 위한 포트폴리오_퍼포먼스, 가변설치_2011

대학 입학 전 드로잉을 한 ‘나’, 대학 졸업 후 퍼포머로서의 ‘나’, 그리고 도슨트로서의 ‘나’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도슨트는 되도 않는 작가의 이력을 거창하게 소개하고 과거의 드로잉들을 구구절절 치켜세움으로써, 아무 생각 없는 척, 미술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이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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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_다 내 잘못이죠 뭐_영상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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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_틈_설치_140×150×120cm_2011

규칙적으로 똑같이 반복되는 시간의 틈 속에서 어긋나는 부분을 찾아본다. ■ 황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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