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talgia, 영원한 현재

Nostalgia, 영원한 현재

Nostalgia, 영원한 현재

 

Nostalgia

영원한 현재

 

 

 

조원강의 이번 전시는, 그의 과거 작업의 현재이며, 이로부터 미래의 작업을 가늠하고 유추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은퇴를 목전에 둔 지금, 그동안의 자신(의 작업)을 성찰하고 향후 미래의 방향을 암시하는 전시를 기획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가 품은 미래 혹은 과거의 시간을 함유한 미래로 함께 동행을 시작한다.  과거 존재했던 혹은 앞으로 존재할 모든 대상들이 영원한 현재에서 만난다는 것은 매혹적인 점이다. 그것이 바로 노스탤지어가 선사하는 꿈이다.

이번 전시는 Nostalgia란 제목아래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테마가 서로 만난다. ‘관계(Relationship)’, ‘Ways of Seeing’, ‘시간의 공간화(Beyond the frame)이 그것이다.

 

1.관계(Relationship)

 

초기 그의 노스탤지어는 ‘관계’라는 주제로 우리와 만났다. 화가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반려견을 그린 작품이 그것이다. 그림 속 견주와 반려견은 도시 이곳 저곳을 산책한다. 보호자와 반려견은 끈으로 강하게 연결됐고 시선은 대개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림은 반려견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이는 반려견의 시점이므로 견주들은 가슴 아래 혹은 다리 부분에서 포착되는 모습을 보인다.

 

Relationship-2012. Acrylic on canvas, 90.9 x 60.6cm, 2012

강렬한 시각적 구성은 그들을 더욱 절대적으로 견고하게 연계한다. 긴장했던 관객의 시선은 편안하게 다른 곳까지 미친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과 반려견이 향하는 곳, 어딘가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반려견, 반려견과 반려견이 관계하며 생성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Relationship-2024. 3d pen and acrylic on canvas, 90.9 x 60.6cm, 2024

2. Ways of Seeing

 

‘관계’는 점차 시간이 덧입혀져 다층화되고 공간을 입체화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시선을 다양하게 주고 받으며 관계의 입체망을 형성했다. 특히 미술관처럼 특정한 공간에서 주고 받는 시선의 교차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액자에 그려진 그림, 혹은 미술관 여기저기를 장식한 조각은 관람자와 만나 시선을 교환한다. 이미 지나간 시간과 공간이 현재와 공시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른바 “Ways of Seeing”이다. 이들 작품은 그가 뉴욕에 상주하면서 카메라로 포착한 다양한 풍경을 화면에 옮긴 것이다. 그는 카메라라는 도구로 뉴욕의 거리 구석 구석을 파고 들었고 미술관과 그곳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키고 설킨 시선의 교차를 그림으로 재현했다.

Ways of Seeing- Nocturne of the Limax maximus, oil on canvas, 162.2 x 112.1cm, 2017

 

그림에 재현된 풍경은, 이미 오래 전 과거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여기 없다. 그런데 그림에 등장해서 지금의 나와 만난다. 한때는 뮤지엄과 뉴욕 거리를 산보했던 그들은 이렇게 정지된 상태로 프레임 안에 소환됐다. 부재하나 그들은 그때 현존했었다. 이른바 부재의 현존. 이처럼 현재와 과거,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사라진 포스트모던 상황 속에 우리는 위치한다. 그림 속 그림, 그러니까 텍스트 속의 텍스트, 실재와 허구가 넘나드는 묘한 경험을 맛본다. 그림 속에 등장해서 시선을 주고 받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응시하는 관람객을 곁눈질하는 작품 속 인물들. 더해서 작품과 작품이 서로를 마주보거나 빗겨 응시한다. 주고 받는 시선 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그 사이를 오고 간다.

Ways of seeing 2024-1, oil on canvas, 162.2 x 112.1cm, 2024

 

이처럼 카메라의 눈으로 재현된 과거를 유화로 재구성할 때, 화가는 현재와 과거, 이곳과 저곳을 종횡무진한다. 시선들이 시공간을 허물고 만난다. 붓에 의해 생명을 얻은 대상은 실감을 얻어 화가를 응시한다. 보는 주체와 보여지는 대상의 위계가 사라진다. 화가와 그림 속 인물은 서로가 (보는) 주체이자 (보여지는) 대상이다. 따라서 서로 평등하게 시선을 주고 받는다. 조원강의 그림은 이를 무수히 반복한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은 어쩔 수 없이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 수많은 틈을 생성한다. 틈과 틈 사이는 심연보다 깊고 아득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공백으로 남아 있다. 화가는 그때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진공 포장해서 투명하게 제시했다.

 

  1. 시간의 공간화(Beyond the frame)시선의 관계망, 존재의 가능성 그 이후 그는 3D 펜을 사용한 드로잉으로 시간을 켜켜이 쌓아 평면에 가두고 공간을 붙잡는 작업에 매진했다. 3D 펜 이전, 화가 조원강은 오래 전부터 보고 보여지는 존재의 관계망을 사진으로 포착해서 붓으로 채색했다. 사진 속에 등장하지만 지금은 부재하는 어떤 실존에 관한 회화적 탐구를 지속해 왔다.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는 이미 우리와 만났었다. 그들은 지금 없지만 뉴욕의 공원과 거리를 산책했고 미술관을 걸었다. 그들은 그 모든 공간을 분주하게 오고 갔다. 발자국 소리, 반려견이 킁킁대는 소리, 꽃이 만개하는 소리, 당신을 그리워하는 소리, 터벅 터벅 흙길을 걷는 바람, 피로한 자동차 소음, 내일을 고하는 핏빛 노을, 이들이 시간을 동반하고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시간과 공간이 바야흐로 3D 펜의 섬세한 선으로 등장한 것이다.

Beyond the frame-Ways of seeing 2022-01. 3d pen and acrylic on canvas, 90.9 x 60.6cm, 2022

 

선은 길게 이어지다가 시간과 만나 밀어를 속삭인다. 시간이 공간과 만나면 공간이 시간화되고, 시간의 실루엣이 공간의 밀도와 시간의 지속을 측량한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도 시간은 공간을 비집고 파고 든다. 사이를 존중하며 관조하지만 열정적 사랑을 감추지 못한다. 마침내 캔버스 외부로 훌쩍 도약한다. 프레임 너머를 프레임한다. 프레임 너머 비상한 선은, 청신한 공기와 만나 꽃을 피워내고 그와 그녀를 만나게 한다. 그와 반려견을, 그녀와 반려견을, 반려견과 반려견을, 꽃과 나무와 햇살과 초록을 만나게 한다. 재프 쿤스와 에드가 드가와 조지 시걸이 선처럼 풀어지며 서로 해후한다. 세계를 더욱 강하게 결속시키려고 선이 바빠진다. 그것도 잠시, 선은 마구 풀어지며 평면을 입체화 한다. 두께가 쌓인 시간과 공간이 부조처럼 일어선다. 그러다가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 암각화처럼 새겨진다. 선은 벽 위에 춤추듯 유려하게 수를 놓는다. 이름하여 평면 원근법의 벽화가 장대한 세계의 영역을 펼쳐낸다. 풍경은 무중력으로 벽에 장식돼 우리 마음 속으로 스며든다.

 

Beyond the frame-Ways of seeing 2022-02. 3d pen and acrylic on canvas, 90.9 x 60.6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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