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마 Dont Look Back in Anger, 2013, acrylic on canvas, 90 X 160 cm 이동기 개인전 이동기의 개인전 제목,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Don’t Look Back in Anger, 2013)는 일상적 문장이지만 어지간한 철학 개념보다 의미심장하다.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하는 말일까. 이번 전시는 한국의 TV 드라마를 소재로 한 소프 오페라(Soap Opera) 시리즈, 그래피티(Graffiti)의 재료인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한 추상 회화 등, 이동기의 최근 작업 20여 점을 소개한다. 이는 한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로 불리는 그의 작품에서 시대적,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술 시장이 예술계의 커다란 한 축을 차지한 이후, 한국 팝아트에 쏟아진 조명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다시 말해, 그것은 쉽고 대중적인 특징 덕분에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상업적 이미지의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의미를 상대적으로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제시하는 이동기의 작업 세계는 적어도 그런 협소한 인식을 넘는 관점의 폭을 요구한다.   딸기 Strawberry, 2013, acrylic on canvas, /세일-고급무선전화 Sale-High Quality Wireless Phone, 2013, acrylic on canvas,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팝 아트는 친근한 이미지나 미술 상품보다는 논란의 대상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이 대중문화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미국의 팝아트는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영역과 고급문화로서의 순수 예술, 양측의 경계를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형태로는 많은 논란과 영향력을 낳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팝아트는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 양측의 상이한 특징을 모두 간직한 채 둘을 결합하는 이중성 때문에 흥미로웠다. 이동기의 작업들 역시 이런 유의 의미심장한 결합을 낳는다. 다만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는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그의 예술은 단지 ‘팝아트‘라는 상표를 달고 넘어갈 수 없는 수많은 층을 드러낸다.   13-028-531_ 아토마우스 Atomaus, 2013, acrylic on canvas, 100 X 130 cm 그를 대변하는 캐릭터 아토마우스가 아톰과 미키미우스를 합친 존재이듯, 이동기의 작업에는 외국 문화에서 받은 영향이 있다. 다른 한편,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은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을 반영하며,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의 혼재를 암시한다. 이동기는 예술과 대중문화(혹은 서브컬처)의 결합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요인에 의한 다양한 이중성을 다룬다. 그리고 이에 따른 충격을 굳이 담론 없이도 예감할 만큼 강한 이미지로 나타내는 것이 그의 작업 전반의 특징이다. 고향이 서로 다른 요소들이 섞여 있는가 하면, 만화 같은 경쾌한 화면에 근대화나 이념 대립의 역사를 암시하는 듯 한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회화 형식에 불안하게 형체가 무너진 추상 회화가 접합되기도 하며, 작가의 히어로인 아토마우스는 은근히 강박적 자기 모방이나 죽음의 관념과 가까운 존재다. 작가는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들이 중첩되는 이런 방법을 통해, 각 이미지가 사회적 맥락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를 다시 극적으로 드러낸다.   백스테이지 Backstage, 2013, acrylic on canvas, 140 X 240 cm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는 그런 중첩 과정들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위에 말한 것들과 같은 시도를 계속한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검은 사각형은 말레비치의 추상 회화를 연상시키며, 동시에 고급 예술이 머무는 제도권을 벗어나 길가의 벽을 캔버스로 삼은 ‘거리 미술(Street Art)‘을 암시한다. 작가 자신이 ‘절충주의‘라고 부르는, 여러 상이한 이미지를 한 화면에 담는 일련의 작업은 오늘날 사회처럼 복잡하고 다양하게 흩어진 상징들을 결합시키고 있다. 드라마 제목이나 유명한 팝송이 떠오르는 말인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는 소프 오페라 시리즈 중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 같은 대중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한 회분의 시간과 사건들을 거둬들이는 한 순간의 표정이다. 한류와 더불어 한국 드라마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요즘, 그런 장면의 표정은 어떤 의미로는 현대인, 특히 한국 문화와 친밀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동기는 그처럼 매우 동시대적인 인물의 시선을 그려 보이며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고 적어 놓는다. 이는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화폭에 담아 온 지난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서술일 것이다.

Don’t Look Back in Anger

2013 09.25 ~ 2013 10.31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마 Dont Look Back in Anger, 2013, acrylic on canvas, 90 X 160 cm 이동기 개인전 이동기의 개인전 제목,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Don’t Look Back in Anger, 2013)는 일상적 문장이지만 어지간한 철학 개념보다 의미심장하다.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하는 말일까. 이번 전시는 한국의 TV 드라마를 소재로 한 소프 오페라(Soap Opera) 시리즈, 그래피티(Graffiti)의 재료인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한 추상 회화 등, 이동기의 최근 작업 20여 점을 소개한다. 이는 한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로 불리는 그의 작품에서 시대적,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술 시장이 예술계의 커다란 한 축을 차지한 이후, 한국 팝아트에 쏟아진 조명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다시 말해, 그것은 쉽고 대중적인 특징 덕분에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상업적 이미지의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의미를 상대적으로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제시하는 이동기의 작업 세계는 적어도 그런 협소한 인식을 넘는 관점의 폭을 요구한다.   딸기 Strawberry, 2013, acrylic on canvas, /세일-고급무선전화 Sale-High Quality Wireless Phone, 2013, acrylic on canvas,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팝 아트는 친근한 이미지나 미술 상품보다는 논란의 대상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이 대중문화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미국의 팝아트는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영역과 고급문화로서의 순수 예술, 양측의 경계를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형태로는 많은 논란과 영향력을 낳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팝아트는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 양측의 상이한 특징을 모두 간직한 채 둘을 결합하는 이중성 때문에 흥미로웠다. 이동기의 작업들 역시 이런 유의 의미심장한 결합을 낳는다. 다만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는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그의 예술은 단지 ‘팝아트‘라는 상표를 달고 넘어갈 수 없는 수많은 층을 드러낸다.   13-028-531_ 아토마우스 Atomaus, 2013, acrylic on canvas, 100 X 130 cm 그를 대변하는 캐릭터 아토마우스가 아톰과 미키미우스를 합친 존재이듯, 이동기의 작업에는 외국 문화에서 받은 영향이 있다. 다른 한편,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은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을 반영하며,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의 혼재를 암시한다. 이동기는 예술과 대중문화(혹은 서브컬처)의 결합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요인에 의한 다양한 이중성을 다룬다. 그리고 이에 따른 충격을 굳이 담론 없이도 예감할 만큼 강한 이미지로 나타내는 것이 그의 작업 전반의 특징이다. 고향이 서로 다른 요소들이 섞여 있는가 하면, 만화 같은 경쾌한 화면에 근대화나 이념 대립의 역사를 암시하는 듯 한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회화 형식에 불안하게 형체가 무너진 추상 회화가 접합되기도 하며, 작가의 히어로인 아토마우스는 은근히 강박적 자기 모방이나 죽음의 관념과 가까운 존재다. 작가는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들이 중첩되는 이런 방법을 통해, 각 이미지가 사회적 맥락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를 다시 극적으로 드러낸다.   백스테이지 Backstage, 2013, acrylic on canvas, 140 X 240 cm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는 그런 중첩 과정들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위에 말한 것들과 같은 시도를 계속한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검은 사각형은 말레비치의 추상 회화를 연상시키며, 동시에 고급 예술이 머무는 제도권을 벗어나 길가의 벽을 캔버스로 삼은 ‘거리 미술(Street Art)‘을 암시한다. 작가 자신이 ‘절충주의‘라고 부르는, 여러 상이한 이미지를 한 화면에 담는 일련의 작업은 오늘날 사회처럼 복잡하고 다양하게 흩어진 상징들을 결합시키고 있다. 드라마 제목이나 유명한 팝송이 떠오르는 말인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는 소프 오페라 시리즈 중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 같은 대중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한 회분의 시간과 사건들을 거둬들이는 한 순간의 표정이다. 한류와 더불어 한국 드라마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요즘, 그런 장면의 표정은 어떤 의미로는 현대인, 특히 한국 문화와 친밀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동기는 그처럼 매우 동시대적인 인물의 시선을 그려 보이며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고 적어 놓는다. 이는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화폭에 담아 온 지난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서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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