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사냥 展
노현탁 개인전
2022_0719 > 2022_0816
Opening Reception : 2022.07.19. p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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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의 주제는 사회가 강요하는 단선적인 욕망에 의해 형성되는 ‘개인의 원초적인 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조형성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나는 20대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주로 옥탑에서 거주하였다. 그때부터 들었던 한 가지의 궁금증은, 한국의 주차장이나 옥상 바닥이 천편일률적으로 녹색이 많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녹색은 시각적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거나 아름다운 컬러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롤러스케이트장 바닥도 녹색의 페인트로 기억하는데 동네 불량배들 때문에 불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녹색의 페인트 바닥은 나에게 불쾌하게 작동한다. 주차장이나 옥상 바닥에 공통으로 녹색을 많이 쓰는 이유는 우레탄 방수 페인트에 들어가는 ‘산화크롬’이라는 물질이 짙은 녹색을 띠는데 별도의 색을 만들려면 그만큼 경비가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인의 미감이 경제적 효율성에 의해 형성되는 지점이 흥미롭다. 결혼과 신혼집을 준비하는 동안 주변 조언이나 정보들도 놀라울 정도로 공통되었는데, 그것은 집을 자산 증식을 위한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집=자산 증식’이라는 강박적인 메시지는 나의 불안감만 가중되었다.
인간은 다양한 관점과 욕망이 촘촘히 엮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대한 세계를 인식해 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자본 중심주의라는 메시지를 가장 강하게 발신한다. 개인의 관점의 단순화는 세계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으로 작용하고 이는 불안에 대한 하나의 원인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나는 세계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인식할 수 있는 단서를 ‘불안’에서 착안하고 불안감이 작동하는 공공장소, 단일한 메세지와 연관된 개인적 사건, 대중매체의 이미지 등을 수집하고 재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작품 <화목동>은 화곡동에 살던 당시에 누군가가 내가 어디 사는지를 묻는다면 사는 지역을 화곡동이 아니라 목동으로 바꿔 말하라는 지인의 조언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화곡동이 속한 강서구의 상징 동물 ‘까치’와 목동이 속한 양천구의 상징 동물 ‘꿩’을 소재로 ‘사는 지역’에 따른 계급지표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었다.
작품 <평화와 번영을 위한 만찬>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지역 부동산 상승에 대한 뉴스를 모티브로 한 작업이다. 뉴스 보도를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안도감보다 부동산 관련 이슈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불안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 지점이 흥미로웠다.
야간 사냥은 사냥꾼이 어둠 속에서 최종 목적인 사냥감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듯 모든 가치 기준을 자본으로 정하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고유한 욕망을 잃어버린 불안한 개인의 이야기이다.
– 노현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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